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애써 잠을 청해보지만 그럴수록 머릿속 생각들은 더욱 또렷해져서 깊은 한숨을 내뱉게 되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지다 결국 ‘사람’들 때문에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때는 친했는데 서먹해진 관계, 내가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관계, 아무리 이해하려 애써도 이해할 수 없는 관계들처럼 누구에게나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 저마다 답답하고 아쉬움이 묻어나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나이와 경험이 많아질수록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노련해지고,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서투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면서 더 막막해지기만 합니다.
사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당신의 질문에, 심리학의 지혜와 애정을 담아 답합니다.
오늘 첫 번째 편지는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나는 진짜 호구 같아.’, ‘난 역시 이래서 안 돼.’라며 자책의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냅니다.
Q.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에는 관대해도, 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냉정해 습관적으로 자기 비난을 하곤 해요.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우리는 타인에게는 의식적으로라도 다정히 대하려 애쓰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비난과 비하를 습관적으로 하곤 합니다. ‘내가 그렇지 뭐.’, ‘역시 난 이 정도에 불과해.’라면서요. 텍사스대학교 크리스틴 네프 교수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깊이 이해하고 연민함으로써 자신에게 친절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과도한 자기 비난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자기에게 편지 쓰기를 제안했습니다. 내 실수에 대해 절친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며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 비난보다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스로가 못마땅하게 느껴질 때는 내 마음속에 담긴 비난의 말들을 솔직하게 적은 후, 친구가 나와 같은 상황일 때 똑같이 그 말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함으로써 자기 비난을 덜어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핵심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포용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위로해주고, 인정해 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