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한번 스치면,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습니다. 분명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다른 마음의 간극을 마주하는 순간, 진한 서운함과 분노가 밀려오고 결국 깊은 실망감에 빠져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하지요. “역시, 잘해줘도 소용없어!” 이들에게 누군가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계가 ‘기대’ 때문에 더 특별해지기도 하고, 더 깊은 믿음을 교환하기도 하는 만큼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무조건 기대를 버리거나 무심한 척하는 것은 결코 성숙한 관계 맺음이 아닙니다. 상처받지 않고, 서로의 기대를 충족하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당신의 질문에, 심리학의 지혜와 애정을 담아 답합니다.
두 번째 편지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거나 사람에게 쉽게 실망하는 이들에게 보냅니다.
Q.
저는 사랑해서 당연히 기대하는 것인데, 이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자꾸 서운하고, 화가 납니다. 기대가 없어도 사랑할 수 있나요?
A.
우리는 누구나 상대에게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 기대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예상하지요. 이때 상대가 내가 기대한 것만큼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 계속 호감을 이어가지만, 반대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상대는 이내 비호감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기대치 위반 효과’라고 해요. 열 번 잘해주고 한 번 못 해줬는데 그걸 ‘서운하다’고 하는 상대의 말에 기운이 빠진 적, 아마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열 번 못 해주다가 한 번 잘해줬을 때 상대가 평소보다 감동하기도 하고요. 이것이 기대치 위반 효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상대에 대한 기대의 눈높이를 낮추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 생일에 좋은 레스토랑 예약해뒀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알려주고 함께 이야기해야겠다’처럼 그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보세요. 상대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일이 반으로 줄어들 겁니다.